| |||||||||||
드디어 <모노노케 히메>를 봤다. 빠른 시일내에 보고 말겠노라 DVD까지 구해놓고도 1년을 가깝게 미루다 티스토리 오픈 기념(?)으로 드디어 정복한 것이다. 아아 기쁘도다.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이제 국내에 드물 것이다. 혹시 감독의 이름을 모른다 하더라도 그의 주옥같은 작품 몇 편들만 읊어주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아~ 그사람!”하고 무릎을 칠 것이다. 혹은 “아, 그 작품도 그 사람이 연출한거야?”라는 반응이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을 본격적으로 답습하겠노라 마음 먹은 것은 작년 봄, <한국신화의 이해>라는 교양 과목을 수강하면서 부터다. 당시 강의를 담당하시던 박해남 교수님께서, 우리가 알고있는 세계 각국의 토테/애니미즘에 관한 무수한 것들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작품이니 꼭! 반드시! 볼 것! 이라고 강조하셔서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비록 그 이전에 <미래소년 코난>이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같은 것들은 감독의 명성을 듣기 전에 접했던 작품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당시 교수님께서 다른 그 어떤 작품보다도 꼭 봐야 할 것! 이라며 재차 강조하셨던 작품이 바로 이 <모노노케 히메, 원령공주>다. 교수님의 파워는 실로 대단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미디어실에 방문하면 이미 누군가 대여해갔던 그 설움. 결국 난 참을성을 억제하지 못하고 DVD를 구매하고만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쁘거나 귀찮다는 핑계로 이제서야 이 작품을 보게 되었으니, 아아 난 정말 멍청하고 비효율적인 인간이다.)
이 작품에서 특히 부각되는 것은 토테미즘(특정 신앙을 동물신으로 형상화 한 것)이다. 동물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나로선 더 없이 마음에 드는 작품을 만난 셈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들은 대부분 주제가 한결같다. ‘공존하는 삶, 자연의 숭고함, 만족할 줄 아는 것의 가치’ 등등.
인간이 존재하고 살아가며 번식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은 자연이다. 하지만 끝내 인간은 지금까지 제공받은 것들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연을 파괴하면서까지 더 많은 것에 과욕을 부린다. 결국 자연은 분노한다. 많은 사람이 다치고 공포에 떨면서 뒤늦게 우리가 얼마나 헛된 욕심을 품었는가에 대해 반성하고, 자연은 그런 인간들을 한번 더 믿어보는 것으로 이야기들이 마무리된다. 이것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작품이 주는 주된 테마다. 그것은 작품에 따라 주체가 변하거나 표현 방식이 달라지기도 하지만 언제나 그 원론적인 의미를 되짚어 볼 때, 지금 가진 것들에 대해 만족하며 순수하라는 것으로 향한다. 정말이지 늘 한결같다.
이 영화의 스케일을 보고 리뷰를 쓰기 위해 DB자료를 수집하던 중 1997년작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후에 접한 자료에 의하면 이 영화의 제작비용 또한 일반 애니메이션 치고는 거액의 규모였다고 해도,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에 이런 작품이 가능했다는 사실에 그저 감탄하고 또 감탄해야만 했다. 과연 애니메이션의 왕국, 일본이라는 생각이었다.
12년 전 작품이라고는 하지만 두 주인공이 너무 운명적으로 빠르게 교감을 하는 것은 좀 아쉬움이 컸다.(솔직히 말하면 솔로라서 부러웠다. 흥 췟) 여주인공인 모노노케 히메는 어려서 부모에게 버림받고 자연의 손길에 의해 키워진 전형적인 ‘인간의 이기심에 의한 피해자’다. 비록 남자주인공이 기존에 접해 오던 사악한 인간무리들과는 크게 다르다고는 하나, 너무 쉽게 마음을 열어 보이는것이 아닌가... 싶었다. 비록 그 과정을 녹녹히 다 표현하자면 이야기가 러닝타임이 막대하게 길어졌겠지만 말이다.
영화 속 소재들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정령(이름이 기억 안난다ㅠㅠ) 이 정령은 첫 등장 이후 간간히 나타나다가, 엔딩씬에서 아주 큰 비중으로 등장하며 이야기를 마무리짓는데, 그 표현력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접한 이범선의 <학마을 사람들>이 문득 떠오르는 엔딩이랄까. 아아 다시 생각해도 너무너무 만족스럽다.
위의 컷이 이 영화 속 절대자적 존재인 사슴신의 신격화된 모습이다. 사슴신은 낮과 밤의 모습이 각기 다르다. 밤이 되면 위의 사진과 같은 모습으로 변하는데 낮에는 조금 독특하고 연륜이 묻어나는 사슴의 형상을 하고 있다.(스틸컷을 첨부하기엔 낮의 사슴신이 너무 못생겨서-,- 신같지가 않다고나 할까.. 아무튼 실망했다 엉엉)
교수님이 이 영화에서 주목하라고 했던 부분도 이 사슴신의 등장이다. 영화속에 등장하는 사슴신은 이미 그 생명력이 소진된 것들의 죽음을 자연스럽게 인도하고, 새로이 태어날 것들에 활력을 불어넣는 절대자다. 이 사슴신의 존재는 북유럽 신화의 토테미즘에서 차용된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십장생에도 사슴신이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산타클로스의 루돌프도 사슴이며, 세계 각국의 여러 문화적 요소에서 사슴은 그 선한 눈망울 만큼이나 인간에게 우호적이고도 중요한 존재로 묘사된다. 이것이 바로 문화의 특성 중 공유 및 전파에 관한 내용 증명일 것이다.
나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을 그리 많이 접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가 연출하는 작품들은 분명 의미있는 가치들을 전달하고자 한 다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보다 깊이있게 그 뜻을 전달받고자 노력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번에 접한 <모노노케 히메>가 그의 필모그래피 중 단연 최고로 가치있는 작품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한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실수를 하기에 인간이고 반성이나 개선의 중요노력을 기울이기에 그 실수 또한 용납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것은 반복하지 않는다는 것 이다. 그러한 사실들에 대해 조금 더 자애롭게 인간을 바라보고 새로이 주어질 기회들에 대해 보다 더 넓게 그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 이것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들이 주목받는 이유일 것이다.
(첨부된 영화 포스터 및 스틸컷은 네이트 영화(http://movie.nate.com/)의 영화정보 DB에서 발췌했음을 밝힙니다.)
'그 외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우리는 대한민국 국가대표입니다 (2) | 2009/08/09 |
|---|---|
| 진짜 오싹하다는게 뭔지 알려줄까?, <오펀 : 천사의 비밀> (4) | 2009/08/09 |
|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한 현실적인 동화 (7) | 2009/08/09 |
| 기아자동차와 세종문화회관이 함께하는 한여름밤의 콘서트 (20090722) (2) | 2009/08/09 |
| 기아자동차와 세종문화회관이 함께하는 한여름밤의 콘서트 (20090721) (3) | 2009/08/09 |
| It's hard to say goodbye (2) | 2009/08/0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