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남부 아시아에 위치하는 나라로, 아시아 문명의 원천이자 불교의 발상지다. 천축(天竺)이란 이름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나라이기도 한 이곳은,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다. 이 나라에서 오늘 내가 주목한 도시는 2011년 오늘날의 수도 뉴델리가 아닌, 바라나시라는 곳. 이 곳은 갠지스강 연안에 위치하고 있으며, 힌두교의 7개 성지 가운데 으뜸으로 꼽히는 곳이다.
NHK에서 총 5부작으로 만들어진 아시아의 옛 수도에 대한 이야기 중, 인도 바라나시 편의 소제목은 ‘생과 사를 지켜보는 성지’다. 갠지스강 중류의 화장터를 중심으로 발달한 이 도시에서 자신들의 믿음을 근거로 가장 궁극적인 죽음의 모습을 위해 모여드는 사람들의 모습이 50분에 가까운 영상물에서 여실히 보여지기 때문이다.
갠지스강 중류 지역에 있는 바나라시는 인도 사람들에게 <여기서 죽으면 천국에 간다>고 알려진 성지다. 약3000년 전에 형성되었으며, 마니카르니카 가트(Manikarnika Ghat)라고 불리는 화장터가 에워싸듯 설계되어 있다. 이 마을은 죽음을 기다리는 시설이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순례나 사자, 그 가족을 맡는 일에 종사한다. 화장터에 있는 신성한 불은 수천 년간 꺼트리지 않고 지켜온 일가족과 사람들의 마음에 안식을 주는 승려들이 오늘날까지도 지키고 있다.
60억 인구의 이 지구는 이미 다양한 교통/통신수단의 발달로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삶과 죽음을 대하는 인식과 그것에서 기인하는 여러 가지 의식 및 행위들은 서로마다 그 다양성을 무궁무진하게 드러내고 있다. 바로 지금, 오늘날까지도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도의 풍속은 세계의 사람들에게 그 어느 곳보다 좀 더 ‘신앙의 숭고함’이라는 테마에 걸맞는 대표 사례로 많이 손꼽히는 듯 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런 것들을 느끼고, 지금까지의 삶을 되돌아 본 후에 이후의 삶에 변화를 주기 위한 자극제로 인도 여행을 선택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라는 제목으로 직역, 출간된 엘리자베스 길버트 여사의 책에서도 사람이 맛있는 것을 먹음으로써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은 이탈리아, 자신의 진정한 반려자를 찾는 공간은 인도네시아, 그리고 이야기의 중심이자 기도와 명상을 통해 자기 자신을 제대로 인지하게 되는 공간을 인도로 설명하고 있다. 이것은 비단 엘리자베스 뿐만 아니라 이 지구상의 헤아릴 수 없이 많게 인도를 다녀간 사람들이 공감하는 내용일 것이다. 인도는 대개 여행지로 다녀왔을 경우 그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곳이라고 하지만, 나 자신을 성찰하고 인생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지한(이제까지와는 사뭇 다른 수준의) 고찰을 해 보게 된다는 것, 그것은 평가의 어느 한 단면을 떠나 모두가 수긍할 수 밖에 없는 사실일 것이다.
내게 인도는 이런 느낌의 나라다. 아직까지는 직접 방문해 본 적도, 그곳으로 가기 위해 어떤 계획을 세워본 적도 없지만, 그래도 대부분 비슷비슷하게 그려진 다양한 매체 속에서의 묘사와 다녀온 이들의 설명만으로 충분히 그 모든 것들이 막연하게 그릴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이번 NHK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새로이 알게 된 바라나시에 대한 이야기가 더욱 그랬다. 인도에서는 현세의 불행을 전생에서 쌓은 내 업보라고 여기며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번 생에서의 삶 까지도 너무나 무던하게 정리하고 죽음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그 마지막을 가장 궁극적인 모습으로 매듭지으려는 모습들이 흡사 우리와는 조금 다른 경지의 존재로까지 느껴졌기 때문이다.
멀리 다른 대륙까지 갈 것도 없이, 지난 아시아의 역사에서는 불로불사를 성취하기 위해 애꿎은 양민들을 학살하고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걸었던 인물들이 기록에 많이 남아있다. 하지만 힌두교라는 종교적 믿음 아래 대다수의 국민이 궁극의 성직자와도 같은 모습으로써 살아간다는 것, 혹자는 그런 태도가 무궁한 인적/물적 자원을 가지고도 제대로 성장 할 수 없게 만드는 가장 큰 악습이라고도 하지만, 적어도 내게는 그저 숭고하게만 여겨져 경외심마저 느끼게 되었다.
우리는 성장하는 내내, 중등 교육과정 사회에서부터 고등 교육과정의 사회문화, 문화인류학, 그리고 그것 외의 다양한 사회과 과목들을 통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문화의 상대성’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강조를 받으면서 자란다. 하지만, 이 ‘상대성’이라는 개념은 내가 사자성어에서 가장 좋아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표현과 맞닿아 있으며, 어쩌면 그것은 인간이 죽을때까지도 결코 이룰 수 없는 가장 이상적인 경지이기에 사실상 그 개념 자체가 너무나 비현실적인 조건이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나는 이제까지 너무도 멋진 영화와 이야기들을 통해 인도에 대한 낭만만을 가득 키워왔다. 사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번 NHK의 영상물은, ‘감히 내가 그 곳에 발을 들여도 될까?’싶은 두려움과 난해함이었다. 하지만 언제가 될 지 모를 인도 첫 방문의 그 날을 위해, 이렇게 차근차근 하나씩 배우고 실존하는 사실들에 대해 인지해가면서 언젠가 만나게 될 나의 인도와 바라나시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고 싶다. 비록 아직은 막연하게 예상하는 것이지만, 나는 분명 인도를 다녀온 뒤에 그 누구보다 그곳에 열광할 것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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