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여름 기대작인 이 영화는, 에스터라는 입양아가 가진 비밀과 거기에 접근해 가려는 가족들의 모습을 담아내면서 관객들을 조금씩 긴장속으로 몰아 넣는다.에스터는 러시아 출신임에도 미국에 온지 몇 달되지 않아서 놀라울 정도로 영어를 빠르게 배워가는가 하면, 피아노를 가르쳐준다는 케이트의 말에 해맑게 기뻐하는 미소를 짓더니, 어느날 부터 차이코프스키의 곡을 무리없이 연주해내는 모습을 보여 케이트를 혼란에 빠트린다.
영화가 중반부에 이르기까지, 조용한 일상속에 뭔가 비밀을 가진 채 가족의 일원이 되고자 부단히 눈치보고 애쓰는 에스터의 모습에 다분히 정신적인 장애를 앓고 있는 어린 소녀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 당연히 여겨진다. 자연스럽게 그녀의 행동에 거부감이 들기 보다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점차 후반부에 다다를수록 그녀의 광기어린, 어린아이의 것이라곤 믿을 수 없는 행각과 그것을 빌미로 그 집안의 아이들을 협박하여 입다물게 하는 그녀의 번뜩이는 눈빛과 살벌한 말투는 오싹하기만 하다.
존과 케이트가 사랑을 나누려던 참에 나타나 천둥이 쳐서 무섭다느니, 혹은 부엌에서 위험한 사랑을 나누려던 그들 부부를 태연히 바라보고 있는 에스터의 모습에 케이트는 다음 날 설명을 해주려고 하지만 태연자약하게도 에스터는 선량한 아이가 입에 담을 수 없는 단어를 내뱉으며 ("I know you fucked") 케이트를 혼란에 빠트린다
여자로서의 직감으로 케이트는 점차 에스터가 정상적인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무엇보다 맥스와 다니엘에게 악영향을 미칠까 두려워 점차 경계하기 시작하지만 동시에 에스터 또한 케이트를 더이상 호의적으로 보지 않는다. 무언가가 갑자기 확 다시 나타난다던지 하는 그러한 요소는 처음에는 관객들을 조롱하듯 아무 변화도 주지 않다가, 한번씩 나타날때마다 관객은 풀어졌던 긴장의 끈을 허둥지둥 다시 붙잡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하지만 에스터의 이중적인 모습에 끊임없이 불편한 자극을 받는다. 영화는 후반부에 이르면서 더이상 에스터의 광기어린 집착과 어두운 단면을 숨기지 않는다.
우스갯소리로 이 영화의 메세지는 “함부로 입양하지 말도록”이라고 말할 지도 모르겠다. 에스터라는 존재가 평화로운 집안의 일상을 어떻게 조금씩 균열을 만들고 파괴해 나가는지, 영화는 별다른 효과 없이 에스터의 얼굴 표정 하나로 표현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가 짓는 표정 하나하나가, 모든 결정적인 장면 뒤의 결론처럼 자리잡고 있는 구도는 관객들에게 몇 가지 확신을 심어주기에 이른다. 나 역시, 에스터란 끔찍한 존재가 평화로운 내 일상세계에 침범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오싹한 느낌을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면서도 지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생각보다 이 영화의 포스터는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는 듯 하다. 에스터의 무표정한 모습, 리본과 체크무늬 단정한 원피스, 그리고 마치 시체처럼 창백한 피부는 그녀가 가진 비밀이 무엇인지 슬며시 내비추고 있는 것 같아 보이니 말이다. 누군가 내게 새로 개봉할 공포스릴러 영화 추천을 해달라고 한다면, 주저없이 이 영화에 대해 말하겠다. 작년 일본에서 영화로 제작된 <20세기 소년>의 원작자 우라사와 나오키의 또 다른 만화 작품 <몬스터>를 떠올리게도 하고, 우리에겐 매우 훌륭한 배우로 익숙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제작이기도 한 이 영화. 내가 살며서 많은 공포물을 본 것은 아니지만, 단연 최고였다고 극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