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처럼 삼국지를 읽지 않은 여대생도 유비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안다. 설사 중국의 문화를 비롯한 삼국지에 대한 영향을 전혀 받지 못한 사람이라도 ‘삼고초려[三顧草廬]’, 이 고사성어와 말 뜻은 알고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유비와 삼국지가 지닌 영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삼고초려는 인재를 맞아들이기 위하여 참을성 있게 노력하는 자세를 뜻한다. 이 말은 중국 삼국 시대에, 촉한의 유비가 난양(南陽)에 은거하고 있던 제갈량의 초옥으로 세 번이나 찾아갔다는 데서 유래했다. 나는 이 고사성어가 유비라는 인물에 대해 모든 것을 나타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설사 그것이 유비에 대한 중구난방의 무수한 갑론을박에 의한 계략적 흑심이었건, 정말 큰 인물이기에 가능했던 순수하고 겸손했던 미덕의 자세였든 말이다.
이번 조순정 강사님의 <삼국지 in English> 11강에서는 유비라는 인물에 대해 집중 해부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강사님은 본 강의에 앞서, 문학읽기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하셨는데 그 중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 “본인의 성향이 뚜렷한 한 인물을 내 마음대로 분석하고 헤집어 볼 수 있다.”는 것에서 그 가치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이러한 감상은 요즘 드라마 <선덕여왕>으로 5년만에 때아닌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김별아 작가의 작품들, 특히 <미실>에서 강하게 느낄 수 있다. 나는 이 강의가 매 순간마다 이런 추상적이고도 교훈적인 프롤로그로 시작되는 것이 참 좋다고 생각한다.
동양 문학의 백미로 꼽을 수 있는 삼국지. 우리의 삼국지 얘기로 다시 돌아가보자. 이 삼국지에서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은, 각 인물들의 특성에 맞게 구현되는 리더쉽이다. 이것은 해당 인물들이 추종자들을 거느릴 수 있을만한 매력과 영향력이 존재한다는 배경이 전제되어야 가능하다.(실제로 삼국지 속 인물들은 각자 나름의 특성에 맞게 그러한 모습들이 생생하게 구현된다.) 그렇다면 유비는 과연 그 수 많은 장수들을, 그 어느 군주보다도 끈끈한 유대관계 속에서 이끌어 갈 수 있었을까? 강사님께선 이 부분을 유비만이 지닌 감성의 리더쉽이라고 지적하셨다. 아아 그는 요즘말로 전형적인 초식남인듯 하다!
그런데 이 리더쉽이란 단순히 지도자 저 혼자 잘나서만은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데 또 의미가 있다. 이것이 바로 요즘 주목받고 있는 팔로워쉽(Followership)의 명제이다. “리더쉽의 80%는 팔로워쉽의 영향을 받는다. 리더 없는 팀은 있어도 팀 없는 리더는 없다.”라고, 세계적으로 저명한 리더쉽 학자 카네기 멜론 대학의 로버트 켈리교수는 말한다.
나는 이 부분에서 내가 삼국지라는 테마에 가장 크게 열광했던 영화 <적벽대전> 속 조자룡과 유비의 모습을 떠올렸다. 물론 삼국지의 시작이 유비, 관우, 장비 이 세사람(이하 유관장)에서 시작되었고 그 비중 또한 막대하다. 하지만 삼국지의 많은 팬들이 너무나 사랑하는 팔방미인 조자룡(조운) 그리고 그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던 유비의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대해 결코 그 누구도 소홀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과연 이 둘을 제하고 어느 이야기 속 어느 인물들에게서 리더쉽게 팔로워쉽의 가치를 찾을 수 있겠는가!
<적벽대전> 속 조자룡(조운)의 모습은 요즘말로 육식남이라고 일컫는 가장 이상적인 남성상이었다. (위의 조자룡과 아래 유비를 포함한 스틸컷 출처: 영화 <적벽대전: 최후의 전쟁 DVD 캡쳐 샷)
EBS Lang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영어 강좌 <삼국지 in Engilsh>의 강의 교재 속 유비와 조자룡의 만남.
교재의 좌측은 위의 사진 중 상단에 배치한 내용과 같이 영어로 번역된 내용으로, 해당 우측은 같은 내용의 한글판 이야기와 좌측 본문에서 활용된 단어 및 구문에 대한 설명말로 구성되어 있다. (교재정보: <영어 삼국지>ㅣ 태동출판사)
교재의 좌측은 위의 사진 중 상단에 배치한 내용과 같이 영어로 번역된 내용으로, 해당 우측은 같은 내용의 한글판 이야기와 좌측 본문에서 활용된 단어 및 구문에 대한 설명말로 구성되어 있다. (교재정보: <영어 삼국지>ㅣ 태동출판사)
삼국지 속 인물들 중 그 평가가 가장 분분한 인물은 아마 유비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또한 그 어떤 장수들이 지니지 못한 그의 타고난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강의를 하시는 선생님께서는 그의 장점을 아래 다섯가지로 요약했다.
첫째로 강한 흡입력(신뢰감을 주는, Trustworthy)의 소유자라는 것. 두번째는 뛰어난 인간관계(People Person)의 스킬을 지닌 사람. 세번째는 자신의 사람을 지지하고 관대하게 감싸안을 줄 아는 배려심(Considerate). 네번째는 스스로 자족할 줄 아는 겸손함(Modest). 그 마지막이 이야기 속에서 묘사되는 그의 관상과 가장 어울리는 인품(Noble)이었다. 이것은 비단 삼국지 이야기가 전개되던 그 옛날 고전때 뿐만 아니라 현대까지도 뛰어난 지도자에게 필요로 하는 필수이자 최고의 가치를 지지는 요소일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번 강좌를 통해 People Person이라는 용어를 처음 접했는데, 그 뜻에 대한 단어의 매칭이 참 탁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강좌에서 실로 오랜만에 접하는 또 하나의 고사성어를 만났다. 바로 ‘군웅할거[群雄割據]’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안 좋아하는 현상이기도 한데, 여러 영웅이 각기 한 지방씩 차지하고 위세를 부린다는 뜻이다. 유비는 이 군웅할거의 대표격인 시대 속에서 피를 보지 않고 인품만으로 많은 것들을 얻어낸 진정한 영웅이자 지략가로 묘사된다. 그래서 그에 대한 원색적 비난이 쇄도하는 가운데서도 꿋꿋하게 수 많은 장수들을 거느린 진짜 영웅으로 남을 수 있는 것일테다.
영웅은 무엇으로 완성되는가? 그것은 당대에 실존했던 인물들에게서 인정받을때 그 본질적 의미가 확립될 것이다. 하지만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승자의 입장에서 기록된 잔흔들과 현세의 사람들이 소통하며 판단한 결과물로 도출된 것이 어쩌면 더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겠다. 이것이 누군가를 죽이고 억지로 취하면서까지 더 많은 것을 자기 손 안에 쥐고자 하는 역사 속 인물들의 행동에서 나타나는 목표점일것이다. 전해오는 속담에서도 그런 말들을 하지 않는가,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라고. 그런 의미에서 유비는 그 자질을 충분히 인정받은 영웅이다. 요즘 인기리에 방영중인 드라마 <선덕여왕> 속 진흥대제는 말했다. “사람을 얻는 자가 진정으로 그 시대를 가질 수 있게 된다.”라고... 이 부분만을 놓고 판단한다면 삼국지 속 그 어떤 인물들보다도 단연코 유비가 최고의 영웅으로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
이번 강좌에서도 나는 기존에 알지 못하는 실용적인 여러 구문들을 많이 배웠다. (재차 강조하지만 이 강좌는 영어공부를 위한 내용이다.) 그 중 People Person이라는 용어가 가장 임팩트있게 내 맘에 와닿았으며, 요즘말로 아웃오브안중(아오안, 아오관)의 뜻으로 여겨지는 Out of the question(=not allowed)이라는 구문 또한 매우 흥미로웠다. 다음 강의 리뷰는 무엇으로 할 지 고민중이다.
이미 이번 포스팅에서 보여진 바와 같이, 이 강의 <삼국지 in English>에 대한 감상은 나의 주체할 수 없는 수다본능을 마구 일깨우고 있다. 어서 다른 강좌들을 통해 또 다른 육식남들을 만나고 싶다. 오늘은 타임머신을 탈 수 있다면, 양귀비 같은 미모를 가지고 당나라로 돌아가 당태종 이세민과 불같은 열애를 해 보고 싶다던 국사선생님이 생각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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