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기 시작하고도 한참동안 이 상황이 대체 뭔가 감을 잡지 못했다.
그리고 결정적인 사건의 전개를 암시하는 장소적 배경이 등장하고서야 그간의 상황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1970년대 내 입 하나도 채우기 힘들었던 그 시절,
우리민족이기에 느낄 수 있는 그 안타깝고 처절한 이야기를 가득 담아낸 영화.
감독의 실제 이야기를 고스란히 영상에 담아내 칸느영화제에서 열광적인 기립박수를 받아낸 그 영화, <여행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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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고아원에 버려진 아이들의 이야기가 사건 전반을 끌어가는 메인 소재인만큼
그 배경 속에 등장하는 감초같은 아이들의 연기가 아주 탁월한 작품이다.
설경구, 문성근, 고아성 등 국내에서는 이미 내로라 하는 유명한 배우진들이 단역으로 등장함에도
그 인물들의 아성은 쉽게 묻힐만큼 대단한 내공을 지닌 아역들이 등장한다.(물론 출연컷이 짧은 탓도 있겠지만)
특히 설경구의 딸이자 주인공 역할을 맡은 김새론은 이 작품이 데뷔작이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무색하게 만들만큼 처연하고도 안타까운 연기를 아주 완벽하게 소화했다.
나는 그 앳되지만 묘한 매력이 풍겨나는 아이의 샐쭉한 눈웃음이 아직도 선명하게 그려진다.
주인공 세상에서 유일무이하게 의지할 수 있었던 피붙이 아빠에게 버림받고
고아원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처음에는 받아들일 수 없던 그 가혹한 현실 속에서
자신보다 더 안타까운 사정을 안고있지만 그보다 더 밝은 모습으로 대해주는 친구를 만나
차츰 마음을 열어간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또다시 새로운 상처를 덧입음음로 혹 이제는 아주 벗어날 수 없는
심연속으로 빠지는것은 아닐까.. 싶은 걱정마저 들게 한다.
주인공 아역배우는 2000년 생, 올해 나이 10살이다.
이 어린 친구가 겪어보지도 못한 그 안타깝고 절박한 상황들을 어찌 그리 잘 표현해냈을까, 생각할수록 감탄스럽다.
감독 우니 르콩트는 아직 세상을 모르는 순수한 어린아이들이기에 가능한
기적적일만큼 빠른 치유능력을 영화에 담아내고 싶었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느낀바에 의하면 그 부분만큼은 대성공이었다.
아이들이 선천적으로 갖고 있는 관계회복 능력에 주목하는 작품.
1970년대 중반 한국의 어느 고아원을 배경으로 하여 감독 자신의 경험에 바탕을 둔 이 작품은
매우 감동적이고도 희망적인 이야기라고는 하나, 그 당시 상황과 배경들을 간접적으로나마 알고있는 이들이라면
어린 주인공 진희가 ‘당신은 모르실꺼야~’를 아이답지 않게 처연하게 부르는 장면 등을 통해
30여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야 하나의 작품이자 회상으로 존재하기에 희망을 운운할 수 있다는 것이라는데
모두 깊이 공감할 것이다. 당시 그들에게는 희망이란 없다는 사실을..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는 모두 알고 있었다.
너무도 이른 나이에 세상을 알아버린 주인공 진희.
자신이 왜 버려졌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물음에서 이제껏 그 누구에게도 답할 수 없었던
맺힌 멍울을 쏟아내며 펑펑 울어버리는 그 장면은 단연 92분의 러닝타임 내내 최고의 명장면으로
손꼽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정말 그 자리에서 주인공 아이보다 더 크고 서럽게 울고 싶을 지경이었다.
당시 10살도 채 안되던 소녀아이는 이제 성공한 영화감독이 되었다.
당시 생떼같은 자식을 허름한 고아원에 케익 한상자 들린 채로 들여보내야 했던 우리의 대한민국은 더이상 없다.
하지만 그 시절을 기억하고 겪었던 이들 중 그 누가 당시의 상처를 모두 회복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여행자> 이 영화는 지나간 시간에 대한 반성을 너무 서두르지 말자고,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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